당신이 이젠 가신다기에
나는 냉큼 달려왔지요
벌써 지친 영혼이 되었습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마세요
당신은 잉태와 산고를 겪고
지난 계절의 당신은 너무 완전했습니다.
마음껏 찬란한 포즈로
벌과 나비를 휘어잡았고
그리고 그 발랄했던 몸짓은
바람도 시샘하여 당신의 갸름한 허리가 꺾이기도 했지요.
아이구 해님은 또 얼마나 힘들게 했는데요.
밉게 고깝게 생각지마세요 그 해님이 있었기에
당신의 가는 발길이 떳떳하고
알알이 찬 결실이 부끄럽지도 않고 후회스럽지도 않습니다.
이제 때늦게 다가온 나는
당신의 지난 삶을 알기에
그냥 아쉬워
나의 몸과 마음은 빨갛게 탑니다.
머리만 크고 겁 많은 목이 잘록한, 그래서 빨간 고추잠자리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