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다가 없는 - 최원락展 』
류가헌 교류전 III - 고은사진미술관 :: Photography
▲ 최원락, 있다가 없는 #01, 72x49cm
전시작가 ▶ 최원락(Choi Wonrak) 전시일정 ▶ 2012. 09. 04 ~ 2012. 09. 16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9:00(월요일 휴관) ∽ ∥ ∽ 류가헌(ryugaheon)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10 T. 02-720-2010 www.ryugaheon.com
● 아버지, 그리고 죽음에 관한 사진적 고찰
★류가헌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10월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가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
8월을 보낼 때면 이 시가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정현종의 시 <견딜 수 없네>. 시간이 흐르는 것 따위 아랑곳없던 시절을 지나온 이들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눈여겨 볼 줄 알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있던 것을 없게 하고, 보이던 것을 더 이상 안보이게 하는 광포한 생의 시간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인이 그것을 ‘견딜 수 없네’라고 말할 때, 사진가 최원락은 사진을 찍었다.
▲ 최원락, 있다가 없는 #04, 72x49cm
▲ 최원락, 있다가 없는 #04, 72x49cm
▲ 최원락, 있다가 없는 #04, 72x49cm
90세를 넘긴 연로한 아버지. 매일 보았더라면 ‘변화’를 눈치 챌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도시와 농촌이라는 두 개의 공간에, 아버지는 촌로로 자신은 도시의 내과의사이자 청진기를 내려놓은 동안의 대부분은 사진기를 손에 쥔 사진가로서 나뉘어 살았다. 이따금 찾아뵙던 아버지였기에, 기력이 쇠해가는 모습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래 다른 피사체들을 향해 있던 사진기를 아버지에게로 향한 것이 그때부터다.
생존 당시 아버지의 모습부터 죽음의 의례, 그 이후 아버지의 부재까지를 담은 최원락의 사진은 단순히 부친의 모습을 보존하려는 기록과 재현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한 방식인 ‘사진’을 통해 아버지를 바라보고 아버지의 인생을 해석하고 싶었던 것이다. 언뜻 이 사진들은 사진으로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잠재의식의 세계를 다룬 듯 보인다. 또한 인간의 죽음, 고독, 손실과 같은 보이지 않는 관념에 대한 사진적 표현능력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기존의 방식을 허문 과감한 프레이밍, 좌우상하 구분 없이 역진행하는 의외성 등... 어떤 사진은 미니멀리즘적인 부분묘사를 통해 전체를 연상시키는 은유적 사진으로도 전개된다.
“다가오는 이별이 안타까워 사진을 찍고 또 찍었지만 막상 고통스러운 죽음의 문턱에서는 의사로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식으로서 곁에 있어 주는 것 뿐 이었다. 그동안 많은 타자에게 죽음을 선고하고 사망진단서를 적어 주었다. 내 아버지의 죽음 또한 내가 대신 할 수 없는 타자의 죽음이었다.”
▲ 최원락, 있다가 없는 #04, 72x49cm
▲ 최원락, 있다가 없는 #04, 72x49cm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타자의 죽음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이 결코 타자의 죽음일 수 없듯이, 이 사진들 역시 타인의 아버지의 사진이지만 나 또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사진을 바라보는 자의 감상과 공감이 거기에서 비롯된다.
최원락 사진전 <있다가 없는>은 9월 4일부터 16일까지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한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아버지를 주제로 연 첫 번째 개인전 <아버지의 자리(2009. 공간 루)> 이후 주제를 심화하여 여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류가헌과 고은사진미술관의 교류전인 이 전시의 전시작들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의 <신진작가 포트폴리오>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올해의 작품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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